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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피아노, 작곡, 보컬 등)

조재혁 (ft, 악보는 마치 해상도가 낮은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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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ft, 악보는 마치 해상도가 낮은 청사진?)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피아노를 넘어서 오르간, 하프시코드까지 건반악기의 다양한 영역들을 탐구하는 것도 모자라 TV 방송까지 진출하여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과 예술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그의 호기심이 가져온 파급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특히 조재혁은 국내에서 오르간 연주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디움에서 전자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고 한때 세종문화회관의 제야음악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밖에 엘림아트센터,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다. 그에 따르면, 오르간을 연주할 때는 힘과 테크닉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오르간에서 피아노 주법대로 연주하게 되면 악기가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당시 오르간을 보조 악기로 배웠고, 미국 뉴저지의 올드 퍼스트 교회에서 11년동안 음악감독을 맡으며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했다. 당시 퍼스트 교회 성가대원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었는데, 덕분에 그들에게서 숨을 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면 그 숨의 템포나 느낌을 알아 프레이징을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조재혁의 집에는 피아노와 오르간뿐만 아니라 하프시코드도 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하프시코드는 독일 노이페르트 사의 바흐 모델로, 음색 변경을 레버 대신 페달로 가능하게 만든 현대식 하프시코드이다. 그는 음악적으로 가장 공감되는 예술가도 바흐로 꼽는다. 그가 믿기를 바흐의 음악 안에는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조재혁의 피아노 외 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를 얘기했지만, 그래도 그의 첫사랑은 피아노이다. 그의 피아노 음악에 대한 생각을 엿보면, 피아노는 음 하나가 소리 남과 동시에 바로 세기가 줄어드는데, 다음 음을 어떻게 연결하여 큰 그림을 그려낼 것인지 디테일한 세공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또한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한데, 거듭 악보를 연주하여 곡을 해석해야 한다. 악보는 마치 해상도가 낮은 청사진과 같아서 단박에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내기는 힘든 것이다.

사실 피아노를 취미로 하고 있는 나로써는 위의 작곡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 연습실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오늘은 또 뭐가 보일까 하는 조재혁의 생각과 기대감을 배우고 싶다. 많은 음악가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녹음한 여러 사례가 있는 것은 곡의 해석에 있어 작곡가의 의도를 달리 해석한 결과이다. 카라얀 같은 경우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여러 버전으로 녹음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점점 변해가는 카라얀의 지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앞서는 하나의 곡을 해석하여 본연의 작곡가의 생각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했다면, 그다음 과정은 다른 작곡가의 곡과 비교하여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연주자는 이를 마치 카멜레온 같이 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 곡이 라흐마니노프 곡에 비해 분위기가 다른 것은 물론, 몸의 근육도 완전히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알고, 곡을 칠 수 있어야 한다. 또 달리 비유하자면, 배우가 장면에 따라 표정을 시시각각으로 바꾸는 것처럼 곡에 따라 캐릭터에 변화를 주며 옷을 빨리 갈아입는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조재혁의 활동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실제적으로 피아니스트가 할 수 있는 음악 활동의 범위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 보면, 다각도의 답이 나올 수 있다. 작게는 독주, 실내악, 협주 등 음악의 장르 안에서, 그리고 방송, 진행자, 기획, 마케팅 등 그들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다른 분야에서 활동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조재혁은 피아니스트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주자로서만 이 아니라, 앞서 얘기한 미국에서의 음악감독 그리고 해설 음악회의 진행자, 예술의 전장 콘서트의 진행 및 해설자로 청중에게 신선한 공감대를 선사한다.

이 뿐이 아니다. KBS 문화 교양프로그램, 문화의 향기 MC로도 출연하며 방송까지 활동영역을 넓힌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 예술을 향유하게 하기 위해, 음악가들이 할 일은 일반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열어주자는 생각에 그는 위처럼 다양한 행보를 보인다. 그의 위와 같은 활동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신의 영역이라 표현되는 음악 예술을 잘 전파하여 대중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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