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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피아노, 작곡, 보컬 등)

전수경 음악감독 (ft, 음악을 공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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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음악감독 (ft, 음악을 공기처럼?)

전수경 음악감독은 전 국민이 아는 CM송, 누구나 한 번 듣고 흥얼거리는 노래들, 15초면 끝나는 광고 음악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주인공이다. 이와 같은 광고음악뿐이 아니라, 영화 음악, 드라마 음악,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만들고 감독하는 대한민국 최정상 프로이다. 사운드의 역할은 강력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 준다. 그런 그녀가 만든 음악은 음악을 소수의 전유가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공기와 같이 만든다. 전수경 음악감독은 이처럼 우리에게 실재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 그녀를 잘 알지 못했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클래스 101에서 그녀의 강의가 오픈된 것을 보았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 있던 광고음악 분야이기도 하고해서 언제 시간 내서 듣어야지 하다가 오늘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그녀의 강의를 다 들었다. 101 클래스에서는 상업 음악에서 어떤 장르로 진출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취미로 음악을 즐기고 있지만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은 사람, 음악을 전공하지만, 졸업 후 진로가 고민인 사람, 음악감독으로 성장하고 싶지만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홍보한다.

나의 경우 어떠한 것에 해당할 지를 생각해 보았다. 전수경 음악감독의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생각건대, 취미로 음악을 즐기고 있지만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은 것이 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음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꾸준하게 음악을 해오지도 않았다. 간헐적으로 피아노 몇 번을 쳤을 뿐이고, 좋아하는 음악을 이따금 듣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음악이나 랩 음악을 작곡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장점이 있다면 어떤 음악이 좋은 것인지 선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전수경 음악감독에 따르면 커리어에 큰 힘이 된다.

본격적으로 그녀 강의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겠다. 상업음악은 목적이 있는 음악이다. 판촉, 홍보, 광고, 메시지 전달 등 음악에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CF 송, 영화,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상업음악이 존재하며, 이러한 음악을 통해 대중을 설득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음악감독의 일이다. 사실 음악만 공부해서는 안되고, 음악이 다른 콘텐츠와 부합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음악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며, 선별, 작곡, 연출 등의 모든 분야를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전수경 음악감독은 주로 상업음악에서 CF, 브랜드 마케팅 등을 작업하고 있으며,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음악감독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성향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작곡가, 오디오 PD, 사운드 디자이너, 폴리 아티스트, 레코딩 엔지니어 등)을 이끌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일을 쉬이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기본적인 화성학, 작곡법을 배우는 작곡과, 실용음악과를 나오면 음악감독이 되기 유리하다.

강의에서 무엇보다 주의깊게 본 것은 CM송 가수와 사운드 디자이너와 함께 직접 101 클래스 로고 송을 만든 것이다. 전수경 음악감독은 실제 녹음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CM송 가수에게 음을 올리거나 내리는 지시를 적절하게 하며 최상의 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멋져 보였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관심이 많은데, 음악감독도 엄청난 역량이 요구되지만 CM송 가수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다. 가이드를 듣고 한 번에 부를 수 있어야 하고, 음악감독의 지시에 따라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시창과 청음 연습이 완벽해야 하고 일상에서 접하는 CM송을 바로 따라 불러보고 음을 올리거나 내려보는 연습이 필수이다.

전수경 음악감독은 사실 고등학생 때 뒤늦게 음악을 선택해서 항상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가족 모두가 음악을 하고 드나드는 이들도 음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처음에는 가족들처럼 음악과 관련한 길을 걷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광고음악에 관심이 이끌려 지금까지 20년 차 음악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부족함에 쫓기듯 쉼 없이 달려온 날들, 자신의 작업에 대한 갈증, 자기가 잘하는 일을 찾아과는 과정에서 그녀는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곡에서부터 들으면 알만한 광고 속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음악이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하는 쾌거이다.

그녀의 작업들을 보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열정의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하고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들,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필드에서의 경험이라는 생각, 삶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음악만한 게 없다는 마음가짐, 곡을 쓰는 혼자 하는 작업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들을 두루 알며 회사 운영(키이츠 서울)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지만 감당하고 즐기는 그녀의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2배속으로 듣은 그녀의 강의는 2시간 만에 끝이 났지만 그녀의 열정은 고스란히 남아 내게 한동안 음악에 대한 생각들을 계속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도 전수경 음악감독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글을 맺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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